2000만원 모으고 결혼해서 잘먹고 잘사는 중입니다.
"결혼할 때 2000만원이면 돼요?"
"아니, 수진씨가 무슨 극빈자에요?"
결혼을 생각할 무렵, 옆에 있는 장애인도우미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당시 내가 모아둔 돈은 총 2000만원.
그것도 그 중 1000만원은 행정공제회에 묶여 있었고 나머지 1000만원은 아빠 전세집(명의는 내꺼)에 묶여있었다.
이혼한 가정에서 우리 삼남매는 엄마와 살고 아빠는 혼자 나가서 살았는데 당시 아빠는 고등학교 친구 연대보증으로 월세에 살고있었다.
전세금이 커지면 압류가 들어온다며 아빠 전세집을 구할때는 내 이름으로 했다.
당시 평일에는 회사와 더 가까운 아빠집에서 휴일은 본래 내집인 엄마집에서 살았는데 그렇게 되다보니 아빠를 모른척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어쨌든 평일에는 내가 지내는 곳인데 그 월세집은 어마어마하게 큰 바퀴벌레가 나오는 그런 집이었다.
바퀴벌레와 눈을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진짜다.
거짓말이아니다. 진짜다.
바퀴벌레가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가만히 있더니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쳐서 물병 뒤로 숨는 것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어쨌든 그 집에서 더이상 살 수 없었던 나는 기존 월세집 보증금500에 아빠돈 1500을 더하고 내돈 1000을 더해서 전세로 옮겨갔다.
그런 상황인지라 한마디로 돈이 한푼 없었는데... 다행히 나는 이쁘고(?) 남편보다 7살이 적었으며 (물론 남편도 공무원이기도 했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있어 꿀리지 않고 결혼하기는 했다. 심지어 남편은 그때 자기개발휴직 중이어서 내가 남편 용돈을 대주는 중이었다.
거지이기도 했고 우리 둘다 귀찮은 것이 싫어 결혼식도 생략하고 친척들 불러 밥먹는 걸로 대체했다. 대신 여행은 유럽으로 갔다.
그래서! 우리부부 돈모아 부자되는 이야기를 좀 적어볼 계획이다.